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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 김홍도<서당> |
조선 시대의 서당에서는 아이가 책 한 권을 마칠 때마다 작은 의식을 열었습니다. 이 의식은 단순한 기념이 아닌, 스승과 동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자신의 배움에 대한 다짐을 새롭게 다지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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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책례(洗冊禮)
- 오래 학문에 정진하라는 뜻의 국수와학문을 가득 채우라는 뜻의 송편으로 차린 소박한 상.
- 조선 시대 서당에서 책 한 권을 뗄 때마다 어김없이 했던 예식. 스승과 동문수학하던 벗들에게 음식을 차려 감사를 표하던 조촐한 잔치.ib612.com
단자수신(單字修身)
-하나의 한자로 몸과 마음을 닦는다. / 하나의 글자로 수양한다.
즉, 게으른 학생에게는 부지런함을 뜻하는 '勤(근)'자를, 성급한 학생에게는 참을성을 뜻하는 '忍(인)'자를 봉투에 담아 선물하였습니다.
단자의 예)
글자 | 음(훈) | 간단한 뜻 |
---|---|---|
忍 | 인(참을 인) | 고통과 분노를 견디는 마음 |
敬 | 경(공경할 경) | 사람과 하늘을 공손히 대하는 마음 |
誠 | 성(정성 성) | 거짓 없음, 진심에서 우러나는 태도 |
靜 | 정(고요할 정) | 번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고요함 |
和 | 화(화할 화) | 조화와 평화를 지키는 삶 |
恕 | 서(용서할 서) | 남을 이해하고 용서하는 마음 |
義 | 의(옳을 의) | 의로움, 마땅함을 따르는 자세 |
廉 | 렴(청렴할 렴) | 욕심 없이 바르고 청렴한 삶 |
勤 | 근(부지런할 근) | 게으름 없이 성실히 임함 |
中 | 중(가운데 중) | 치우치지 않는 중용(中庸)의 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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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위에는 국수와 송편이 놓였습니다. 국수는 오래도록 학문에 정진하라는 뜻을 담고, 송편은 학문이 알차게 영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겉보기에 소박하지만, 속뜻은 그보다 깊었습니다.
스승은 학생의 성향에 따라 한 글자를 골라 봉투에 담아 선물했습니다. 게으른 아이에겐 ‘勤(근)’이라 적어 부지런함을 일깨웠고, 조급한 아이에겐 ‘忍(인)’을 써서 인내를 배우게 했습니다. 성적이 아닌 인품과 태도를 가늠하여 전한 ‘단자수신(單字修身)’ — 한 글자를 통해 몸과 마음을 닦는 공부를 강조한 교육이었습니다.ib612.com
이때의 ‘세책(洗冊)’에서 ‘세(洗)’는 단순히 씻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책을 통해 자신을 갈고 닦는다는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스승은 단정한 자세로 공부에 임하라는 뜻을 이 의식을 통해 전했습니다.
세책례는 단지 공부의 진도를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학문보다 더 중요한 ‘사람됨’과 배움의 태도를 되새기게 하는 선조들의 교육 철학이 담긴 아름다운 풍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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