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두릅을 미워하게 된 이유
처음 시골로 내려갔을 때, 저는 그곳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남아 있는 곳이라고 믿었습니다. 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쉬게 해 주는 곳, 계절의 흐름을 천천히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밭을 손질하고 마당 끝 나무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일이 오래된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두릅, 엄나무순, 옻순 봄나무순 3가지는 꼭 드셔보세요.] 봄이 오자 산기슭 여기저기에서 두릅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손가락만 한 새순이었지만 며칠만 더 지나면 제대로 꺾을 수 있을 만큼 자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조금 더 크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낯선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고, 차를 세워 두고 들어와서는 말 한마디 없이 두릅을 꺾어 갔습니다. 어떤 사람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어린 순까지 모조리 따 갔습니다. 처음에는 좋게 이야기했습니다. 이곳은 사유지라고, 주인이 있는 땅이라고 타일렀습니다. 어떤 사람은 미안하다며 돌아갔지만, 돌아서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더 뻔뻔한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이 정도는 같이 먹는 거지 뭘 그러느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습니다. 경찰도 불러 보았고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을 돌려보내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끝이 없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는 자연과 함께 조용히 살아보려고 내려온 것이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끝없는 싸움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두릅은 봄의 기쁨이 아니라 사람의 욕심을 확인하게 만드는 대상이 되어 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 마음속 무언가도 함께 변했습니다. 이제는 마트에서 두릅을 보아도 외면하게 됩니다.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두릅 특유의 향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산속을 뒤지며 남의 것을 당연하다는 듯 꺾어 가던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두릅은 더 이상 나물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무례함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