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축분뇨 액비화의 필요성
가축분뇨의 처리 방식은 축사의 위치, 주변 환경 조건, 환경규제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축산농가마다 상이하게 적용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방식으로 모든 축종과 농가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내에서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퇴비화 방식은 고형물 처리에 효과적이고, 장거리 운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많이 채택되고 있다. 또한 가축분을 이용한 퇴비는 품질 측면에서 산업부산물 퇴비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퇴비화 과정에서는 질소 손실이 심각하게 발생하며, 기계설비나 보조재료 구입 등으로 운영비가 많이 든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액비화는 부재료 사용이 적고, 비용도 퇴비화에 비해 절감할 수 있으며, 일정 조건 하에서는 대체 에너지원 생산도 가능하다. 다만, 장거리 운반이 어렵고, 살포 시 작업성이 낮으며, 판매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슬러리 축사의 경우 분뇨 자체가 액상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액비화가 더 자연스러운 처리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액비 활용에 대한 준비 없이 외국 사례를 그대로 도입한 결과, 슬러리 축사를 운영하는 농가들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분함량이 95% 이상인 슬러리 분뇨를 퇴비화하려면 많은 양의 부재료가 필요하며, 이로 인해 퇴비의 C/N 비율이 높아지고 부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돼지 사육농가처럼 농경지를 보유하지 않은 경우, 이러한 문제는 더 심각하다.
또한, 정화처리 후에도 방류수의 수질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어려운 현실에서, 방류수를 액비로 활용하는 방안은 환경 보호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ib612.com
2. 가축분뇨 액비화 방식
가축분뇨를 액상으로 처리할 경우에도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가능하며, 처리 방법은 공기 유무에 따라 호기성 방식과 혐기성 방식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호기성 처리는 분해 속도가 빠른 편이다.
가. 호기성 액비화
이 방식은 공기를 주입하며 액비를 교반하여, 산소를 필요로 하는 미생물들이 분해를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연속폭기 혹은 간헐적 폭기 방식이 있으며, 일부 농가에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살포 직전에만 폭기하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
호기성 액비화는 짧은 시간 내에 안정된 액비 생산이 가능하지만, 질소 손실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미생물이 활발하게 작용하기 위해선 유기물(영양원), 산소, 적절한 온도와 수분 조건이 필요하다. 특히 액상에서는 용존산소가 부족하므로 강제 폭기가 필수적이다. 발효 초기에는 외부 온도가 중요한 변수지만,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온도가 유지되므로 이후에는 별도의 가열이 필요 없다.
나. 혐기성 액비화
혐기성 액비화는 공기가 없는 조건에서 혐기성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지방, 단백질, 섬유소 등이 가용성 물질로 전환되는 1단계, 유기산 생성의 2단계, 그리고 메탄균에 의한 가스 생성의 3단계로 이루어진다. 최종적으로는 악취가 줄고 안정된 액비가 생산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메탄가스를 함께 생성할 수 있어,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 혐기소화를 가축분뇨 처리의 기본 개념으로 삼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 전략의 하나로도 포함된다.
다만 혐기성 처리를 위해서는 완전 밀폐된 저장조가 필요하며, 단순히 공기를 차단하지 않으면 효과적인 혐기 조건을 유지하기 어렵다.
3. 액비의 직접 활용기술
가. 액비 시용량 결정
작물에 액비를 사용할 때는 토양 비옥도와 액비 내 비료성분 농도를 사전에 분석하여야 한다. 특히 액비의 질소 함량이 높고 무기화 비율이 화학비료와 비슷하기 때문에, 질소 성분을 기준으로 적정 시비량을 계산해야 한다.
시용량 계산식
액비 시용량(ℓ/10a) = [질소 시비량(kg/10a) ÷ 액비의 T-N 함량(%)] × 100
과도한 액비 사용은 질소 과잉으로 인한 작물 피해, 지하수 오염 등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나. 액비 살포기술
현재 국내에서는 주로 분무식이나 표면살포식 기계가 활용되지만, 악취로 인한 민원이 자주 발생하고, 논에 살포할 경우 작업의 어려움이 크다. 특히 농경지 면적이 좁고 분뇨 저장탱크는 커서 운반과 살포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내 현실에 적합한, 특히 논토양에 대응할 수 있는 토양 주입형 살포기 개발이 시급하다.
다. 액비 살포 시 유의사항
살포 전 액비가 흘러내려 수질 오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사전 조치 필요
악취가 심하지 않은 것을 부숙된 액비로 간주.ib612.com
가급적 비식용 작물이나 과수 위주로 활용하고, 시설재배지에는 신중하게 적용
작물별 질소 시비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성분량 기준으로 살포
악취 민원을 줄이기 위해 살포 후 곧바로 경운 또는 로터리 작업
6개월 이상 충분히 발효된 액비만 사용할 것
화학비료와 병행할 경우, 액비는 추비보다 밑거름 위주로 사용
겨울철과 우기에는 살포를 자제하여 환경오염을 예방
토양은 최소 3년에 한 번씩 검정하여 염류 축적을 방지
이상으로, 가축분뇨 액비화는 경제성, 환경성, 자원순환 측면에서 매우 유망한 처리방식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기술적 기반이 아직 미흡한 상태이다. 향후 적정 장비 개발과 과학적 시비기준 확립이 병행되어야, 액비화 기술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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