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두릅을 미워하게 된 이유
처음 시골로 내려갔을 때,
저는 그곳이 사람 사는 냄새가 남아 있는 곳이라고 믿었습니다.
도시에서 지친 마음을 쉬게 해 주는 곳, 계절의 흐름을 천천히 바라보며 살아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은 밭을 손질하고 마당 끝 나무들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일이 오래된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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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자 산기슭 여기저기에서 두릅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손가락만 한 새순이었지만 며칠만 더 지나면 제대로 꺾을 수 있을 만큼 자랄 것 같았습니다.
저는 조금 더 크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낯선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고, 차를 세워 두고 들어와서는 말 한마디 없이 두릅을 꺾어 갔습니다.
어떤 사람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어린 순까지 모조리 따 갔습니다.
처음에는 좋게 이야기했습니다. 이곳은 사유지라고, 주인이 있는 땅이라고 타일렀습니다. 어떤 사람은 미안하다며 돌아갔지만, 돌아서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더 뻔뻔한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이 정도는 같이 먹는 거지 뭘 그러느냐”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습니다.
경찰도 불러 보았고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사람을 돌려보내면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끝이 없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저는 자연과 함께 조용히 살아보려고 내려온 것이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과 끝없는 싸움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두릅은 봄의 기쁨이 아니라 사람의 욕심을 확인하게 만드는 대상이 되어 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 마음속 무언가도 함께 변했습니다.
이제는 마트에서 두릅을 보아도 외면하게 됩니다.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두릅 특유의 향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산속을 뒤지며 남의 것을 당연하다는 듯 꺾어 가던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두릅은 더 이상 나물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무례함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이 되었습니다.
시골은 흔히 인심 좋고 정겨운 곳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제가 겪은 시골은 달랐습니다.
“인심”이라는 말로 남의 것을 함부로 가져가는 일이 정당화되었고, “조금 따 가는 게 뭐 어떠냐”는 말 속에는 타인의 삶과 수고를 가볍게 여기는 마음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그곳을 떠났습니다.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사람에게 지친 마음까지 견디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봄이 오면 두릅이 나옵니다. 사람들은 계절의 맛이라며 반가워하지만, 제게 두릅은 끝내 봄이 되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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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훔쳐간 두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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