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가옥인 초가집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흙, 돌, 나무, 짚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지어졌으며, 지역의 기후와 생활방식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세심한 구조와 지혜로운 설계가 숨어 있습니다. 초가집의 주요 구조와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쉽게 풀어보려 합니다. 전통 건축의 따뜻한 미학과 조상들의 지혜를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초가집이란
초가집은 한국 전통 가옥 중에서 지붕을 초(草, 짚,억새 등)로 덮은 집을 말합니다. 농촌이나 산골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며, 오늘날에는 멸실되거나 보존된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초가집은 기와집에 비해 재료나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자연 재료를 사용한 덕분에 주변 자연환경과 잘 어울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초가집에서 자주 쓰이는 구조와 용어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단(基壇)
기단은 집의 기초가 되는 부분으로, 땅 위에 토(土)로 깔거나 혹은 흙을 다져 만든 단(壇)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토단(土壇) 또는 토단의 끝부분에 막돌(다듬지 않은 돌)로 마무리한 형태가 많습니다. 높이는 약 3촌(≈9 ~10cm) 정도로 보통 구조체가 땅과 직접 닿지 않도록 배려한 높이입니다. 이렇게 기단을 조금 띄움으로써 습기와 지면 열기로부터 나무기둥 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ib612.com_해달바람비
초석(礎石)
초석은 기단 위에 놓여 기둥을 세우는 돌입니다.
초가집에서는 일반적으로 호박돌 주춧돌을 사용하며, 다듬지 않은 자연 돌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거칠고 자연스러운 돌을 주춧돌로 삼아 기둥이 그 위에 바로 서게 합니다. 이는 재료나 작업 방식이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방식입니다.
기둥(柱)
기둥은 건물을 지탱하는 수직 구조물입니다. 초가집에서는 지름 약 4촌(≈12 cm) 정도의 통나무를 사용했습니다. 통나무를 사용할 때는 껍질만 벗겨서 사용하는 방식이 많았고, 크게 다듬지는 않았습니다. 이는 당시 재료 확보가 용이하고, 장식보다는 기능을 중시한 구조였음을 보여줍니다.
보, 도리(梁·檩)
보(梁)와 도리(檩)는 지붕이나 천장을 지지하는 구조재입니다.
초가집 구조에서는 기둥 위 머리 부분에 보, 도리가 사괴마춤(斜槐末合)으로 결구되어 있습니다. 즉, 나무를 맞물리듯이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도리는 납도리(納檩) 방식으로 되어 있어, 전체적인 틀이 단순하지만 강하게 결합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접합 방식은 전통 목구조에서 많이 나타나는 방식입니다.
벽체(壁體)
벽체는 집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고, 바람이나 비로부터 실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초가집에서는 주로 흙과 돌을 함께 쌓는 방식으로 벽을 만들었습니다. 돌로 기초를 쌓고 그 위에 흙벽을 덧대거나, 돌 사이사이에 흙을 메워 마감하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재료비가 적고 지형이나 기후 조건이 까다로운곳에서도 활용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바닥
초가집의 바닥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온돌, 마루, 흙바닥입니다.
온돌 - 한국 고유의 난방 방식으로, 방바닥 밑에 불을 때어 열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마루 - 나무판자를 깐 바닥으로, 통풍이나 습기를 고려해 땅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구조입니다. 마루는 다시 ‘우물마루’와 ‘장마루’ 등으로 나뉩니다.
흙바닥 - 별도의 나무판자 없이 흙을 다져 만든 바닥입니다.
이처럼 바닥 종류가 다양한 것은 지역, 가옥 규모, 사용 목적 등에 따라 달랐음을 보여줍니다.
처마(簷)
처마는 지붕이 지면 위로 내민 부분을 말합니다.
초가집에서는 홑처마가 일반적입니다. 즉, 처마가 하나의 단으로 내민 형태로 복잡하지 않습니다. 홑처마 구조는 초가의 지붕 재료가 자연 재료(짚 등)인 점과 잘 어울리며 지붕이 비교적 낮고 단순한 가옥 구조임을 반영합니다.
지붕
지붕은 초가집에서 가장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입니다.
지붕 재료는 물론 ‘초(草)’ 즉, 짚이나 억새 등을 엮어 만든 초가(草家) 방식입니다. 형태로는 우진각지붕(又進角屋根)이 대부분입니다. 우진각지붕이란 사방으로 경사가 지고 네 개의 면이 있는 형태인데, 비, 바람을 잘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지붕 구조는 한국 전통 주택의 기후 대응형 설계 중 하나입니다.ib612.com_해달바람비
천장(天井)
천장은 실내 공간의 위쪽을 마감하는 재료나 방식입니다. 초가집에서는 보통 종이반자(紙反子) 형태가 많았습니다. 때로는 부엌은 장반자(長反子), 마루는 연등천장(煙燈天井) 또는 삿갓반자(笠反子) 형태로 마감되기도 합니다. 특히 삿갓반자는 지붕이 낮은 초가집에서 천장이 삿갓처럼 둥글거나 내리는 느낌이 나는 구조에 쓰입니다. 이러한 마감 방식은 내부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재료 또한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것이 많았습니다.
창호(窓戶)
창호는 집의 문, 창문 등 개폐 구조물을 말합니다. 초가집에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습니다.
방문(出入구)은 외짝지게문을 다는 것이 통례였으며, 즉 한쪽 방향으로만 여닫는 문입니다. 부엌이나 광(창고 공간)에는 판장문(板樘門), 들창(出窓), 살창(格子窓) 등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창호 구조는 기능성과 재료의 제약을 고려한 설계로, 통풍이나 채광을 최소한으로 확보하면서도 재료 낭비를 줄이는 방식이었습니다.
대문(大門)
대문은 가옥의 입구이며, 초가집에서는 두짝 평대문(平大門)이 많이 보였습니다. 즉, 좌우로 한짝씩 여닫는 구조입니다. 또한, 싸리나무 등을 사용한 나무 대문도 흔하게 쓰였습니다. 대문은 외부와 내부 공간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재료나 형태에서 집의 위계나 주인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담장(墻墻)
담장은 집 주변을 둘러싸는 구조물로, 초가집에서는 다양한 방식이 보입니다.
토담(土墻) 또는 돌담(石墻) - 흙이나 돌로 쌓은 담장입니다. 이들 위쪽에는 짚으로 지붕(小지붕)을 더해 마감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울(울타리) 또는 생울(生울) - 나무나 나무가지를 엮어서 만든 울타리 형태입니다.
이러한 담장은 사적인 공간과 외부 공간을 구분해 주며, 마을 경계나 마당 경계를 표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굴뚝(煙突)
굴뚝은 연기를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구조물입니다. 초가집에서는 연기 배출이 매우 중요했으며, 아래와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흙, 돌, 판자(나무 판), 통나무 등을 사용하여 단순히 만든 굴뚝이 많았습니다. 굴뚝 설계가 잘못되면 내부 실내로 연기가 역류하거나 화재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구조상 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일부 보존된 초가집에서는 굴뚝의 노후화로 인해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남, 중, 북부 지역별로 초가집(草家) 형태에서 나타나는 지역적 차이점
1. 남부지방 (예 - 전라남도·경상남도 등)
이 지역은 겨울이 비교적 온화하고 여름에 습하거나 비가 많이 오는 기후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초가집 지붕이 비가 잘 빠지도록 처마가 넓거나 지붕 경사가 완만한 형태를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닥, 실내 구조에서 마루 중심 설계가 많고, 통풍을 고려해 ‘열기 빠짐’과 ‘바람 통함’이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유명한 민속마을인 낙안읍성(전라남도) 주변에 남부형 초가집이 많이 보입니다.
* 온난하고 습한 기후 -> 마루, 넓은 처마, 초가지붕 등으로 적응한 형태입니다.
2. 중부지방 (예 - 충청남도·경기도 등)
중부지방은 사계절 변화가 뚜렷하고 겨울과 여름의 온도차가 크게 나타납니다. 초가집의 구조도 온돌(난방)과 마루(통풍)를 혼합한 형태가 나타납니다. 구조 형태로는 ‘ㄷ자형·ㅁ자형’ 배치가 많아 바람이나 겨울의 찬 기운을 막기 좋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지붕 재료나 구조에서도 남부보다 조금 더 보온, 단열을 고려한 요소가 가미됨을 볼 수 있습니다.
* 사계절 기후 적응 -> 온돌+마루 혼합, 보온, 통풍 균형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북부지방 및 산간지방 (예 - 강원도 등의 산간지역)
산간 또는 북부지방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거나 기온이 낮은 기후 조건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붕 경사가 가파르고 처마가 짧거나 눈, 비가 빨리 빠지도록 설계된 초가집이 많습니다. 바람이 강한 지역에서는 창, 문이나 지붕 구조가 바람을 막을 수 있게 조금 더 견고하게 지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마루보다는 방 중심의 구조 혹은 내부를 최대한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실내 중심 설계가 나타납니다.
* 추위, 눈 많은 환경 -> 가파른 지붕 경사, 단열 강화형 구조입니다.
초가집은 단순한 옛집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삶과 환경 적응의 결과물입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건축으로 보여준 집이 바로 초가집입니다. 오늘날에는 보기 드물지만, 그 안에는 지속 가능한 건축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초가집의 구조와 용어를 이해하고, 사라져가는 우리의 건축문화가 가진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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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랑 생가 - 이런 초가집을 짓고 사는 것도 좋지!
- 깁슨(gieson)의 귀로 듣고 튜닝하는 기타 튜너(Guitar Tune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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