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치질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화장실에 오래 머무는 습관, 불규칙한 식사와 변비 등은 모두 치질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치질은 부끄러운 질환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항문 질환입니다. 증상 초기에는 간단한 생활습관 교정과 좌욕, 연고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으므로 조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치질의 종류와 단계별 치료법, 그리고 남성과 여성 각각 주의해야 할 점까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치질이란?
“치질(痔疾)”은 항문과 직장 부위에 생기는 여러 질환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학술적으로는 치핵, 치루, 치열 등이 포함됩니다. 의료기관에서는 이 중 치핵이 전체 치질 환자의 약 70 %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즉, “치질”이라는 말로 자주 듣는 것은 대부분 치핵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주요한 3가지 종류 및 특징
아래 3가지는 치질에서 특히 자주 나타나는 질환들입니다.
(1) 치핵
정의 - 항문벽을 둘러싼 혈관 조직망과 점막이 부풀거나 늘어나는 상태입니다.
발생 위치에 따라
내치핵 (항문 안쪽, 치상선 위)
외치핵 (항문 바깥쪽, 치상선 아래)
증상 단계 (주로 내치핵을 기준으로)
1기 - 출혈만 있음
2기 - 배변 시 항문 밖으로 돌출되었다가 자연히 들어감
3기 - 돌출 후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감
4기 -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음
특징 - 내치핵은 통증이 적은 대신 출혈이 흔하고, 외치핵은 통증, 부기, 불편감이 더 클 수 있습니다.
치료 - 1기, 2기일 경우 좌욕, 연고, 내복약 등 보존적 치료 가능하며, 3기, 4기일 경우 수술적 치료가 권장됩니다.
참고 -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에서도 ‘치질(K64)’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2) 치루
정의 - 항문 안쪽에서 생긴 염증이 항문 바깥쪽 피부까지 통로(샛길, 누공)를 만든 상태로, 이 통로를 통해 고름이나 분비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특징 - 고름이 나오거나 가스 또는 변이 샛길을 통해 빠져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빈도가 더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치료 - 자연 치유가 어렵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술을 통해 누공을 제거하고 재발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3) 치열
정의 - 항문 주위의 피부가 찢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배변 후에도 오래 통증을 느끼거나 잔변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징 - 특히 여성에서 임신이나 다이어트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 - 초기(급성)에는 식이섬유 섭취·좌욕 등을 통해 완화 가능하며, 만성 단계로 진행되면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수술 방법 - 좁아진 내괄약근(항문 조여주는 근육)을 일부 절개하여 항문을 넓혀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3. 흔히 나타나는 증상
배변 후 선홍색 출혈
항문 주변 덩어리나 혹 만져짐
배변 시 통증 또는 찢어지는 느낌
앉아 있을 때 항문 부위 불편감, 가려움증
잔변감 또는 변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느낌
위 증상 중 하나라도 있다면 조기에 검사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4. 예방 및 생활 습관
치질을 예방하고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다음 습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변시간을 10 분 이내로
변이 나오지 않음에도 오래 앉아 있으면 항문에 압력이 가해져 질환의 위험이 커집니다. 신문, 책, 휴대폰 등을 들고 들어가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피하세요.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
사과, 버섯, 고구마, 미역, 오이, 당근 등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꾸준히 섭취하면 배변 활동이 보다 원활해집니다.
과도한 술, 매운, 짠 음식 피하기
술은 혈관을 확장시키고 항문 부위를 부풀게 할 수 있으며, 맵고 짠 음식은 자극이 돼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꾸준한 적당한 운동
걷기, 가벼운 체조 등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항문 주변 조직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꽉 끼는 옷, 오래 쪼그려 앉기 피하기
압박이 가해지면 항문 주변 혈관에 부담이 생길 수 있으므로 편안한 옷차림이 좋습니다.
변비 예방 및 배변 습관 개선
변비가 지속되면 배변 시 힘을 많이 주게 돼 치핵 발생 가능성이 증가합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변비가 지속되면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5. 언제 병원을 찾아야 할까요?
출혈이 지속되거나 빈번하다면
통증이 심하고 덩어리나 탈출 증상이 있다면
고름이 나오거나 항문 주위가 부어올랐다면
생활 습관을 바꿔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런 경우에는 꼭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초기일수록 치료가 간단하고 회복이 빠르므로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생각보다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7. 단계별 치료 방법
좌욕
따뜻한 물(38 ~ 40℃ 정도)에 항문 부위를 담그고 약 10 ~ 15분간 앉아 있는 방법이 추천됩니다.
배변 후 혹은 통증이 심할 때 하루 1 ~ 2회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사항 - 물이 너무 뜨겁지 않도록 하고, 세정제나 거품이 많이 나오는 제품을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물만 담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침도 있습니다. 좌욕은 혈액순환을 돕고 항문 주위의 부종이나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연고, 국소 치료 및 약물
초기 단계(예 - 치핵 1기·2기) 또는 증상이 가벼울 때 국소 연고·좌약 등이 효과적입니다.
연고 성분 예) 스테로이드 제제(예 - 하이드로코르티손)로 염증이나 가려움을 줄이는 것, 진통성, 마취성 성분(예 - 리도카인)으로 통증을 완화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사용 시 주의사항 - 연고를 바른 후 바로 배변을 하지 않고 일정 시간 둬서 흡수가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변비나 배변 습관 개선도 병행해야 합니다. 좌약 형태(항문 안쪽 삽입형)도 있으며, 출혈, 부종, 가려움이 있을 때 사용됩니다.
시술 및 수술 치료
보존적 치료(좌욕, 식이섬유, 연고 등)로 호전되지 않거나 3기, 4기 치핵처럼 돌출이 계속되거나 복구되지 않는 경우에는 시술 또는 수술이 고려됩니다.
*주요 수술 방법*
고무 밴드 결찰술 (Rubber Band Ligation) - 치핵의 기저부에 고무밴드를 걸어 혈류를 차단하고 조직이 떨어지게 하는 방법.
스테이플링 치핵절제술 (Stapled Hemorrhoidopexy) - 내치핵의 경우 점막을 절제하고 스테이플러(자동문합기)로 고정하여 조직 돌출을 막는 방법.
치핵절제술 (Hemorrhoidectomy) - 돌출된 치핵 조직을 외과적으로 제거하는 전통적 방법. 특히 크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 선택됩니다.
*수술 후 관리*
수술 직후에는 안정이 중요하며, 출혈이나 감염의 징후를 주의해야 합니다.
배변을 부드럽게 할 수 있도록 완하제나 충분한 수분 섭취, 식이섬유 섭취가 권장됩니다.
수술 여부는 단순히 병기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 생활불편도, 치료 반응 등을 종합해서 전문의와 상담 후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8. 남성, 여성별로 주의해야 할 점
남성의 경우
남성은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직업(예 - 운전, 사무직)이나 전립선비대증 등에 의해 배변 시 힘을 주거나 변비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항문 주변에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음주, 흡연, 짠, 매운 음식 등의 식습관도 남성에게 더 흔히 나타나는 요소이므로, 항문 정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좋습니다.
운동 부족, 비만 등도 남성에서 흔한 문제이며, 골반저근육, 항문 주변 혈류 관리를 위해 가벼운 운동(걷기,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증상이 발생했을 때도 “민망해서 참는다”는 태도보다는 빠르게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남성은 증상을 숨기거나 늦게 치료하는 경우가 있으니 스스로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이 여성에게 치질(특히 치핵)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임신 중 자궁이 커지면서 하부 혈관에 압력이 가해지고, 분만 시 항문 주변 조직에 압박이 생길 수 있습니다.
출산 후 회복기 동안엔 좌욕, 식이섬유 섭취, 무리한 힘주기 배변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이어트로 인해 변비가 생기거나 식이섬유 섭취가 줄어드는 경우 항문 질환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다이어트 시에도 변비 예방에 신경 써야 합니다.
생리, 호르몬 변화 역시 항문 주변 혈류, 정맥압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을 경우 배변, 좌욕 습관을 더 꼼꼼히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끝으로
치질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질환이지만, 꾸준한 관리로 충분히 예방하고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배변 시간을 짧게 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며, 꾸준히 좌욕과 운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증상을 숨기지 말고 초기 단계에서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빠른 회복의 지름길입니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세요. 올바른 습관과 꾸준한 관리만으로도 치질 없는 편안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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