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수행의 연장으로 여겨지며, 자연과 조화되는 식재료와 조리법을 고집합니다. 인공 조미료 대신, 자연에서 얻은 건강한 재료들로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중에서도 주요한 조미료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직접 담근 진간장과 발효초
사찰에서는 콩을 직접 재배해 전통 방식으로 메주를 쑤고, 이를 발효시켜 간장과 된장을 만듭니다. 진간장은 일반 간장과 달리, 검정콩을 비롯한 찹쌀, 다시마, 표고버섯 등을 고아낸 물에 조선간장을 더해 다시 끓이고, 물엿을 넣어 깊고 단맛이 감도는 조미 간장을 완성합니다.
초(醋)는 간장과 더불어 중요한 조미료이며, 예로부터 정해진 길일에 맞춰 담갔습니다. 밀을 주재료로 누룩을 만들어 발효시키는 전통 초는 현대에는 감초, 사과초 같은 과일발효초로도 발전해 다양한 요리에 쓰이고 있습니다. 은은한 산미와 감칠맛이 요리의 맛을 배가시킵니다.
2. 전통 방식의 고추장
고추는 오랜 시간 동안 동아시아 전역에서 향신료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사찰 고추장은 찹쌀로 만든 반죽에 메주가루, 엿기름가루, 고춧가루, 소금을 넣어 발효시킨 것으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을 냅니다. 특히,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은 건강에 이로워 고추장은 조미료이자 건강식품으로도 가치가 높습니다.ib612.com
3. 볶은 소금
사찰에서는 정제된 소금 대신, 천일염을 오래 볶아 사용합니다. 천일염에 포함된 쓴맛 성분인 마그네슘은 볶는 과정을 통해 산화되면서 쓴맛이 줄고, 미네랄이 살아 있는 자연 조미료로 거듭납니다. 이는 죽염을 만드는 원리와도 일맥상통하며, 불순물 없이 순한 맛을 내는 건강한 소금으로 사찰 음식의 기본 간을 맞춥니다.
4. 콩가루와 들깨가루
콩은 영양이 풍부한 대표적인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특히 뇌 건강에 좋은 레시틴을 포함하고 있어, ‘밭에서 나는 고기’로 불립니다. 사찰에서는 볶거나 생콩을 곱게 갈아 가루로 만든 뒤, 국물 요리나 나물 무침 등에 활용합니다. 또한, 들깨가루는 고소한 맛과 함께 오메가-3 지방산인 리놀렌산이 풍부해 건강한 지방 섭취에 도움을 줍니다.
5. 버섯가루
표고버섯은 사찰 근처 산사에서 자주 자생하며, 이를 말려 가루로 만들어 조미료로 씁니다. 말릴수록 향과 맛이 농축되는 표고버섯은 음식의 감칠맛을 돋울 뿐만 아니라, 항암 작용과 면역력 강화에 효과적인 성분을 지니고 있어 건강을 생각하는 사찰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재료입니다.
6. 다시마
‘조미소(調味素)’라 불릴 만큼, 다시마는 사찰요리의 감칠맛을 내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 다시마는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며, 식이섬유인 알긴산이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도 좋습니다. 곱게 갈아 가루로 사용하거나, 육수를 우려내 요리에 첨가하여 깊고 부드러운 맛을 낼 수 있습니다.ib612.com
7. 산초가루
마늘, 파, 부추 등 오신채를 쓰지 않는 사찰음식에서 산초는 향과 매운맛을 대신해주는 귀한 조미료입니다. 산초는 조피나무 열매를 말려 만든 것으로, 매콤하면서도 알싸한 향이 찌개, 된장국, 김치 등에 잘 어우러지며 풍미를 더합니다.
끝으로
사찰음식의 조미료들은 자연에서 온 순수한 재료로 만들어져, 인체에 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도 합니다. 이들은 단순한 간을 맞추는 도구를 넘어, 음식의 생명력을 살리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실현하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인공적인 맛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사찰의 조미료들은 깊은 울림을 주는 또 하나의 깨달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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