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2km 내려가고, 17km 달려가고.
도시에서 살든 시골에서 살든, 살아가는 기본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합니다. 시골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꿈꾼다 해도 막상 살아보면 사야 할 생필품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매일 문을 여는 하나로마트가 있기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섯 날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장날이 되면 꼭 장에 나가게 됩니다. 특별히 필요한 것이 없어도 말입니다.
막상 장에 가면 빈손으로 돌아오는 법은 없습니다.
값비싼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닌데, 어느새 손에는 뜨끈한 붕어빵이나 철 지난 나물거리가 들려 있고, 입에는 핫바 하나쯤 물려 있습니다. 그렇게 장날은 늘 소소한 즐거움으로 남습니다.
[인기글] ❄️ 명품 패딩 안 부럽다!
강원도 오지 생활 8천 원의 행복,
솜바지와 털장화 이야기
장날이 되면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를 합니다.
옷을 겹겹이 챙겨 입고, 차에 시동을 걸어 히터도 미리 틀어 둡니다.
집에서 큰 도로까지는 2km, 그 도로에서 면 소재지까지는 다시 17km를 더 가야 합니다.
신호등은 서너 개뿐이고 마주치는 차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이상하게도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저 금방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은 설렘 때문일까요.
세월이 좋아져 지금은 제 차로 편하게 다니지만, 동네 어르신들 말씀을 들으면 젊을 적에는 이 길을 모두 걸어 다니셨다고 합니다. 잔칫날이라도 있으면 소주 박스를 이고 지고 몇 시간을 걸어 고개를 넘으셨다고 하셨습니다. 서울이라도 가는 날엔 하루 전날부터 걸어서 면 소재지 터미널까지 가, 근처 여관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 날 길을 나서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늘 말씀하십니다. “세상 참 좋아졌다”고요.
[추천]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전국의 오지마을 이야기
그 옛날의 수고로움을 들으며 돌아보면, 저는 참 모르고 살았습니다.
몸은 편하고 배고픔도 모르면서, 내 성질대로만 살다가 조금만 힘들어도 불평불만을 늘어놓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저절로 철이 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느림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시골에 와서야 비로소 조금은 철이 든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온 것이 참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야 인생의 속도를 조금씩 맞추어 갑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
| 우리동네 |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