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구하기 어려운 초보 텃밭, 상토만으로 밭을 만들어도 될까?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마당 한 켠, 집 주위에 작은 밭 하나 만들어볼까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처음 밭을 만들 때 제일 먼저 막혔던 게 흙이었습니다. 밭은 만들었는데 흙을 어디서 가져와야 하나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주변에서 구하면 되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밭에 넣을 흙을 구하려고 하니 생각보다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조금 필요한 게 아니라 밭을 채울 만큼 있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흙 구할 때까지 밭을 비워놓기도 아깝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트나 농자재 가게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상토를 여러 포대 사다가 밭에 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토를 직접 만져보면 흙이 참 부드럽습니다. 가볍기도 하고요. 모종 심을 때도 삽으로 파기가 편합니다.

처음 밭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걸로 그냥 밭을 만들면 되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상토만 잔뜩 넣어놓고 작물을 키워보면 일반 밭흙하고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흙이 너무 폭신하기도 하고, 작물을 계속 키우다 보면 양분도 따로 챙겨줘야 합니다.

그럼 흙 구하기 어려운 초보 귀농, 귀촌인은 상토만 가지고 작은 밭을 만들어도 될까요?

저도 예전에 이 부분이 궁금해서 작은 밭을 만들면서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상토는 어떤 흙인지, 일반 흙을 왜 섞는지, 퇴비를 넣으면 뭐가 달라지는지 하나씩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흙을 구하기 어려울 때 제가 생각해본 방법도 같이 써보겠습니다.

밭을 만들기 위해 바닥에 부드럽운 상토를 골고루 펼쳐 깔아놓은 모습
텃밭 바닥에 펼쳐 깔아둔 상토

작은 밭, 상토만으로 작물을 키워도 될까?

상토만 넣었더니 너무 폭신했던 이유

상토를 밭에 많이 넣으면 처음에는 상당히 좋은 흙처럼 느껴집니다.

가볍고 부드럽고 물도 잘 스며듭니다. 모종을 심을 때도 흙이 부드러워서 편합니다.

그런데 작은 밭 전체를 상토로 채워놓고 물을 주다 보면 일반 밭흙과는 좀 다르다는 게 느껴집니다.

물을 주고 나면 흙이 조금씩 내려앉기도 합니다. 작물에 지주를 세워야 할 때도 흙이 너무 부드러워서 지주가 단단하게 박히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뿌리가 흙을 꽉 잡고 있는 느낌도 일반 밭흙과는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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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상토가 나쁜 흙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상토는 원래 모종을 키우거나 어린 작물이 뿌리를 내릴 때 쓰는 흙입니다. 흙이 부드럽고 가벼우니 처음 모종을 심기에는 괜찮습니다.

그러나 작은 텃밭을 오래 쓰면서 계속 작물을 심을 생각이라면 상토만 넣기보다는 다른 흙이나 퇴비 같은 유기물을 같이 섞어 쓰는 게 좋습니다.

이미 상토에 일반 흙을 조금이라도 섞어서 쓰고 계시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양이 많지 않더라도 일반 흙을 같이 넣었다면 지금처럼 그대로 밭을 만들어 쓰시면 됩니다.

*상토가 푹신하고 내려앉는 원인 - 상토는 주로 코코넛 껍질을 가공한 코코피트나 피트모스처럼 가벼운 섬유질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폭신하고 뿌리가 잘 내리지만, 물을 계속 주면 유기물이 압축되면서 흙이 아래로 푹 꺼지게 됩니다.


상토에는 양분이 없을까?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상토라고 해서 다 같은 상토가 아닙니다.

제품을 보면 비료 성분이 들어 있는 것도 있고, 따로 들어 있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토라고 무조건 양분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포대에 적혀 있는 비료 성분이나 사용기간을 한번 확인해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상토에 들어 있는 양분만 가지고 작물을 계속 키우기는 어렵습니다.

작물이 자라면서 흙에 있는 양분을 계속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텃밭을 만들 때 완숙퇴비 등을 넣어 흙을 준비하고, 밑거름만으로 부족해진 양분은 작물이 자라는 동안 웃거름으로 보충하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토를 넣어 만든 작은 밭이라면 처음에 넣은 비료만 믿고 있기보다는 작물이 크는 모습을 보면서 거름을 시기에 맞춰 적당히 보충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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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를 넣었더니 좋아 보였던 이유

밭을 만들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퇴비를 넣어보면 작물이 달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도 퇴비를 넣고 나서 작물 상태가 좋아 보이는 걸 보면 역시 거름을 넣어줘야 하나 싶었습니다.

여기서 퇴비의 역할은 거름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흙에 유기물이 들어가면서 밭흙을 가꾸는 데도 쓰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도 완숙 우분퇴비를 꾸준히 넣었을 때 흙의 비옥도가 좋아지고 작물 생산량도 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퇴비를 많이 넣으면 좋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것도 양을 봐야 합니다.

퇴비를 너무 많이 넣으면 흙에 양분이 필요 이상으로 쌓일 수 있습니다. 작물에도 좋지 않을 수 있고, 흙에 남은 양분 때문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밭에 넣을 퇴비를 고를 때는 잘 썩었는지도 봐야 합니다.

덜 썩은 퇴비를 밭에 바로 넣으면 작물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밭에 넣는 퇴비라면 충분히 발효된 완숙퇴비를 쓰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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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작은 밭은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을까?

일반 흙을 구할 수 있다면 상토만 잔뜩 넣기보다는 일반 흙을 기본으로 깔고 상토와 완숙퇴비를 필요한 만큼 섞어주는게 좋습니다.

꼭 몇 대 몇으로 정확하게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흙을 만져봤을 때 너무 단단하다 싶으면 상토나 유기물을 조금 더 넣고, 반대로 너무 가볍고 푹신하다 싶으면 일반 흙을 더 섞어주면 됩니다.

밭을 만들고 물을 줘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물이 한곳에 오래 고이는지, 금방 말라버리는지 보면 흙 상태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작물이 심긴 뒤 뿌리가 잘 내려가는지도 같이 보면 되고요.

처음부터 완벽한 흙을 만들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한 해 농사를 지어보면 밭이 어떤지 조금씩 보입니다.

상토를 많이 넣었더니 흙이 너무 푹신하다 싶으면 일반 흙을 더 넣고, 작물이 힘없이 자란다면 거름이 부족한 건 아닌지 살펴보고요.

물을 줬는데 금방 말라버린다면 흙이나 유기물을 다시 손봐주면 됩니다.

밭도 한 번 만들어놓고 끝나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지으면서 조금씩 맞춰가는 게 가장 좋습니다.

재료 장점 작은 밭에서 살펴볼 점
상토 가볍고 부드러워 모종 뿌리 내림에 유리함 시간이 지나면 숨이 죽어 꺼지고, 지주대 고정이 어려움
일반 흙 (밭흙) 무게감이 있어 작물을 지지하고 미생물이 풍부함 흙에 따라 물 빠짐(배수)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함
마사토 (선택) 배수를 돕고 흙의 무게감을 잡아줌 양분이 없으므로 상토·퇴비와 함께 조합해 사용
완숙퇴비 토양 미생물을 살리고 장기적인 양분을 공급함 미숙 퇴비 사용 시 가스 피해 주의, 적정량 사용

*일반 흙(밭흙)을 섞어야 하는 이유 - 상토는 보통 소독되어 나온 무균 상태에 가깝습니다. 반면 일반 밭흙이나 산흙에는 퇴비를 분해해 작물이 먹기 좋게 만들어 주는 자연 미생물이 풍부합니다. 밭흙을 섞어야 하는 진짜 이유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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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와 퇴비는 같은 것일까?

농사를 처음 시작하면 이 부분이 꽤 헷갈립니다.

퇴비와 비료는 모두 작물 생육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할 수 있지만 역할과 성격이 다릅니다.

퇴비는 유기물을 공급하면서 토양을 가꾸는 역할이 있고, 비료는 작물이 필요로 하는 특정 양분을 보다 직접적으로 공급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의 비료사용처방에서도 퇴비와 질소, 인산, 칼리 같은 비료 성분을 구분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soil.rda.go.kr)

그래서 작은 밭을 관리할 때도 무조건 거름을 계속 넣기보다는 현재 흙에 무엇이 부족한지를 확인해 보면서 필요한 만큼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작물을 계속 키우다 보면 조금씩 감이 생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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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흙을 구하기 어렵다면?

사실 작은 텃밭을 처음 만들 때 제일 문제가 흙입니다.

상토는 포대째 사 오면 되는데, 정작 밭에 넣을 일반 흙은 어디서 구해야 하나 싶습니다.

이럴 때 주변 흙을 아무 데서나 퍼오는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 길가에 있는 흙이나 산에 있는 흙을 가져오기보다는 주변에서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는 흙이나 토양재가 있는지 먼저 알아보는 게 낫습니다.

시중에 파는 배양토나 텃밭용 혼합토를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런 상품을 사서 쓸 때는 이름만 보고 고르기보다는 포대 뒷면을 꼭 확인해 봐야합니다. 제품마다 들어 있는 재료도 다르고 양분 함량도 다릅니다. 어떤 용도로 만든 상품인지도 확인해보고 내 밭에 맞는 상품을 구입해 사용해야 합니다.

일반 흙을 구했다면 퇴비도 무조건 많이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작물을 뭘 심는지, 지금 밭흙이 어떤 상태인지 보고 양을 정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딱 맞는 양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밭을 직접 보면서 퇴비나 비료를 조금씩 조절해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작물이 어떻게 크는지, 흙이 너무 마르지는 않는지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내 밭에 맞는 양도 조금씩 알게 됩니다.

흙을 구할 수 있는 상황 생각해볼 방법
일반 흙을 구할 수 있음 일반 흙을 기본으로 필요한 만큼 상토와 완숙퇴비 활용
흙을 구하기 어려움 상토나 시판 혼합토를 이용하고 양분을 별도로 관리
장기간 밭을 사용할 예정 해마다 흙의 상태와 양분을 살펴가며 보완
처음 밭을 만드는 경우 한꺼번에 완벽하게 만들기보다 작물을 키우며 상태를 확인

일반 흙을 '절대' 못 구하는 사람을 위한 실용적 대안

만약 주변에서 일반 밭흙을 정말 구하기 힘들다면, 농자재 마트나 인터넷에서 '세척 마사토'와 '지렁이 분변토'를 사서 상토와 섞어보세요. 마사토가 흙에 무게감을 주어 지주대를 잘 잡아주고, 분변토가 좋은 미생물과 양분을 보충해 주어 근사한 텃밭 흙이 됩니다.


그럼, 상토만으로도 가능한가?

가능은 합니다.

그렇다고 상토만 넣었다고 해서 그걸로 끝은 아닙니다.

상토도 제품마다 성분이 다르고, 작물마다 필요한 양분과 재배기간이 다릅니다. 오래 키우는 작물이라면 중간에 양분도 보충해줘야 합니다.

작은 밭을 오래 쓸 생각이라면 흙 상태도 같이 봐줘야 합니다. 벌써 상토에 일반 흙을 섞었다면 그대로 사용하면서 작물 상태에 따라 완숙퇴비나 필요한 거름을 때에 맞춰 적당량을 보충하시면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흙이면 다 같은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밭을 만들어보니 가벼운 흙도 있고 무거운 흙도 있고, 물이 잘 빠지는 흙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결국 밭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드는 것보다 농사를 지으면서 조금씩 맞춰가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총정리 🌸진달래 꽁야~


[ ] 상토만 쓰면 흙이 푹 꺼지는 이유 - 상토는 코코피트 등 가벼운 섬유질이 주성분이라 처음엔 폭신하지만, 물을 줄수록 압축되어 내려앉고 지주대가 잘 박히지 않습니다. 일반 밭흙이나 마사토를 함께 섞어야 밭이 단단해집니다.

[ ] 상토의 양분 유효기간은 1~2개월! - 상토에도 초기 비료가 들어있지만 작물이 자라면서 금방 소진됩니다. 상토로 만든 밭이라면 모종이 뿌리를 내린 후 적절한 시기에 완숙퇴비나 웃거름을 반드시 보충해야 합니다.

[ ] 일반 흙을 절대 못 구할 때 '꿀조합' - 주변에서 밭흙을 퍼오기 힘들다면 상토 + 세척 마사토 + 지렁이 분변토 조합을 추천합니다. 마사토가 무게감과 배수를 잡고, 분변토가 좋은 미생물과 양분을 제공해 훌륭한 텃밭 흙이 됩니다.

[ ] 퇴비는 반드시 '완숙퇴비'로! - 덜 삭은 미숙퇴비는 땅속에서 가스를 발생시켜 어린 뿌리를 태울 수 있습니다. 포장지에 '완숙퇴비' 표기를 꼭 확인하고 사용하세요.



FAQ

Q. 상토만으로 텃밭을 만들어도 되나요?

가능하지만 상토의 종류와 양분 함량에 따라 관리가 달라집니다. 장기간 재배하는 밭이라면 일반 흙이나 토양재료, 유기물 등을 함께 활용하는 편이 관리하기 좋습니다.


Q. 상토에 퇴비를 계속 넣어도 되나요?

필요한 만큼 넣어야 합니다. 퇴비도 과하게 사용하면 토양에 양분이 축적될 수 있으므로 작물의 종류와 밭의 상태를 보면서 적정량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완전히 부숙된 완숙퇴비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soil.rda.go.kr)


Q. 상토와 배양토는 같은 것인가요?

제품마다 구성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름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구입할 때 원료, 비료 성분, 용도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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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시골에 내려와 작은 밭을 처음 만들면 흙부터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주변에 흙은 많아 보여도 막상 밭에 넣을 만큼 구하려면 쉽지 않지요.

그럴 때는 상토로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상토만 넣고 끝내기보다는 일반 흙을 구할 수 있다면 조금씩 섞어주고, 완숙퇴비도 필요한 만큼 보태면서 밭의 상태를 살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좋은 흙을 완벽하게 만들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작물을 심고 키우다 보면 물이 잘 빠지는지, 너무 빨리 마르지는 않는지, 작물이 잘 자라는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흙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면서 저도 흙이 그냥 흙인 줄 알았는데, 작은 밭 하나를 만들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농사는 작물만 키우는 일이 아니라 흙도 함께 가꾸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해달바람비 한줄평

좋은 밭은 처음부터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면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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