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달바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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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어보는 우리집 울타리

우리 집 분위기에 딱 맞는 울타리, 전통방식부터 이색 DIY 아이디어까지. 직접 만들며 정원과 이웃의 경계를 디자인해보세요.

 울타리라고 하면, 어릴 적 마을 골목에서 본 낮은 담장이 먼저 떠오릅니다. 담 너머로 서로 안부를 주고받던 이웃들의 모습,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구마를 나눠 먹던 마당은 고향의 따뜻함처럼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울타리는 경계를 나누면서도, 완전히 막지 않고 사람 사이의 소통을 이어주던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시골에서도 외부 시선을 차단한 높고 단단한 담장들이 많아졌습니다. 벽돌로 쌓은 담이나 철제로 만든 펜스는 보안과 사생활을 보호하지만, 그만큼 이웃과의 거리를 멀게 합니다. 일부 전원주택 단지에서는 잔디 마당이 보이도록 예쁜 나무 울타리를 설치하기도 하지만, 정작 그 바깥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출입을 통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자신들만의 작은 왕국을 만들고자 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 울타리는 단순한 경계선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집이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듯, 울타리도 그 집의 성격과 조화를 이루어야 진짜 아름답습니다. 한국 전통의 한옥에는 흙담이나 돌담이 잘 어울리고, 유럽풍의 주택에는 생나무 울타리나 방부목으로 만든 펜스가 자연스럽습니다.ib612.com

그러나 이런 정해진 틀을 벗어나, 스스로의 개성을 담아 울타리를 만든다면 우리 일상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 집과 잘 어울릴 만한 울타리 형태를 고르는 것이고, 비용과 작업의 난이도를 고려해 방식과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울타리


직접 만들어보는 다양한 울타리

1. 생나무 울타리

어떤 집에도 비교적 무난하게 어울릴 수 있는 방식입니다. 지역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나무를 선택하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서해안 지방에는 백일홍, 남부 지방에는 동백이나 탱자나무 등이 적합하죠. 흔히 쓰이는 나무로는 쥐똥나무, 사철나무, 측백나무가 있으며, 개나리나 무궁화처럼 계절에 따라 꽃을 볼 수 있는 나무들도 잘 다듬으면 훌륭한 울타리가 됩니다. 울타리를 심을 때는 빗물의 흐름을 고려해 배수에 신경 써야 하고, 안 마당의 물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도록 둔덕을 조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2. 돌담

강원도나 산간지역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울타리입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한 돌로 1m 정도의 높이로 쌓을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처럼 돌의 모양을 맞추어 쌓는 법도 있고, 진흙과 시멘트를 섞은 반죽으로 틈을 메우며 거칠게 쌓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기초는 약 30cm 깊이로 파고, 시멘트 모르타르와 자갈로 단단히 다져야 안정감 있는 담이 됩니다.


3. 흙담

돌보다 구하기 쉬운 흙을 재료로 한 울타리입니다. 잡석이나 콘크리트로 기초를 마련한 후, 시멘트 벽돌로 방수층을 만든 뒤 흙벽돌이나 흙을 틀에 넣어 쌓습니다. 통나무와 흙을 번갈아 올리는 방식도 있습니다. 흙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모래, 생석회, 시멘트를 섞어 강도를 높이고, 방수처리까지 하면 비에 의한 손상도 줄일 수 있습니다. 외관상 흙담 느낌만 내고 싶다면 시멘트 블록에 진흙을 여러 겹 덧바르는 방법도 있습니다.


4. 기와 담

기와는 요즘 구하기 어렵고 가격도 부담되지만, 오래된 집에서 나온 재활용 기와나 주변에서 버려지는 기와를 사용할 수 있다면 분위기 있는 울타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와 사이의 틈은 볏짚을 넣은 진흙으로 메우고, 위쪽은 기와를 겹쳐 마감하면 멋스러운 기와 담이 완성됩니다.


5. 서까래 울타리

흙집을 짓고 남은 원형 서까래나 통나무 토막을 활용해 울타리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일정 간격으로 기둥을 세우고, 기둥 사이에 목재를 걸쳐 서까래를 박아 고정합니다. 나무 자재가 많다면 높낮이를 다르게 하여 자연스럽게 연결해도 좋습니다. 안쪽에는 작은 선반을 달아 화분을 올려두면 장식 효과도 있습니다. 텃밭이 있는 곳이라면 호박이나 수세미 같은 넝쿨식물을 타고 자라게 할 수도 있어 실용적입니다.


6. 항아리 울타리

다소 독특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는 울타리입니다. 쓰지 않는 항아리를 모아 높낮이를 다르게 배열하고, 중간에 바로 세운 항아리에는 흙을 넣고 꽃을 심으면 포인트가 됩니다. 대문 옆이나 작은 골목길 입구에 포인트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깨진 항아리나 불량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면 비용도 크게 들지 않습니다.ib612.com


7. 대나무 울타리

남쪽 지역에서는 대나무가 흔해 울타리 재료로 적합합니다. 굵은 대나무를 간격 맞춰 세워 노끈이나 줄로 엮어 고정합니다. 안쪽에서 가로 방향으로 지지대를 덧대면 내구성이 높아지고, 이중 담을 만들어 사이에 흙을 채우면 식물을 심는 공간도 확보할 수 있어 기능과 미관을 함께 살릴 수 있습니다.


끝으로

울타리는 단순히 ‘벽이 되는’ 구조물이 아닙니다. 외부와의 경계이자, 내부를 꾸미는 배경이며, 때로는 이웃과 소통하는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나무든 돌이든, 흙이든 항아리든,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그 안에 우리의 생활 방식과 철학이 담깁니다. 조금은 수고스럽더라도, 자신이 사는 집에 어울리는 울타리를 직접 만들어본다면 나의 터, 나의 집의 즐거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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