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추석, 고향에 가서야 보이는 것들
추석이 가까워지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추석 전날이면 집 안에 기름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전을 부치는 냄새였습니다.
동그랑땡을 굽고, 동태전을 부치고, 이것저것 지글지글 부치다 보면 그 냄새는 부엌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집 안을 가득 채우고 대문 밖까지 흘러나갔습니다.
동네 어디선가 또 전을 부치고 있다는 것을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기름 냄새가 나면 추석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동네에서는 불꽃놀이도 했습니다.
대단한 불꽃축제는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작은 폭죽과 불꽃놀이였을 겁니다.
그런데 어두운 시골 마을에서 하나둘 불꽃이 올라오면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밖으로 뛰어나갔고, 어른들은 대문이나 마당에서 아이들을 바라봤습니다.
한복을 입은 어린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 추석날 밤의 불꽃놀이는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추석 전날 온 동네를 채우던 전 냄새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한복을 입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도 흔하지 않습니다.
물론 전도 먹고, 한복도 입고, 가족끼리 모이는 집도 여전히 있습니다.
하지만 한 시대의 명절 풍경이 조금씩 기억 속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 추석을 생각하면 ‘명절이 변했다’는 생각보다 "사람이 사는 풍경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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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추석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짧은 순간도 지금 돌아보니 오래 남는 추석의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
2026년 추석, 우리는 무엇을 만나러 고향에 가는 걸까
2026년 추석은 9월 25일입니다
2026년 추석은 9월 25일 금요일입니다.
주 5일제를 기준으로 추석 연휴는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4일입니다.
| 2026년 추석 | 내용 |
|---|---|
| 추석 당일 | 9월 25일 금요일 |
| 추석 연휴 | 9월 24일~27일 |
| 한가위 보름달 | 서울 기준 9월 25일 오후 5시 34분 |
| 보름달이 가장 높이 뜨는 시각 | 서울 기준 오후 11시 31분 |
추석 날짜와 연휴는 한국천문연구원 월력요항을 기준으로 했으며, 보름달 시각 역시 한국천문연구원 자료에 따른 것입니다.
달력으로 보면 날짜와 시간 몇 개입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추석은 달력의 숫자로 끝나는 날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날이고,
누군가에게는 부모님을 찾아가는 날이며,
누군가에게는 성묘를 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이제 돌아갈 고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추석은 왜 한가위, 중추절이라고 부를까? 역사와 전통, 풍습]
어릴 때의 추석은 참 길었습니다
어릴 때는 추석이 며칠 전부터 기다려졌습니다.
학교가 쉬는 것도 좋았고, 친척들이 오는 것도 좋았습니다.
사촌들이 모이면 하루 종일 밖에서 뛰어다녔습니다.
집 안에서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부엌은 분주했고, 냉장고에는 음식이 가득했습니다.
마당에는 평소보다 많은 신발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때는 명절이 언제 끝날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빨리 끝나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추석이 길었던 것은 시간이 느리게 흘러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의 추석이 짧게 느껴지는 이유
어른이 되고 나면 명절은 빠르게 지나갑니다.
고향까지 몇 시간을 달려가고,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고,
성묘를 다녀오면 어느새 돌아갈 시간이 됩니다.
친척들도 예전처럼 한자리에 모이기 어렵습니다.
사는 곳이 달라졌고, 직장도 달라졌고, 각자의 생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명절이면 당연히 만났던 사촌도 이제는 1년에 한 번 얼굴을 볼까 말까 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추석은 예전처럼 ‘모두가 모이는 날’이라기보다,
어떻게든 한 번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 되어버린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골에서는 추석의 변화가 더 선명합니다
도시는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에 또 다른 사람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시골은 다릅니다.
한 사람이 떠난 자리가 오래 남습니다.
한 집이 비면 마당의 풀이 자라고,
또 한 집이 비면 골목이 조용해집니다.
예전에는 명절이면 불이 켜졌던 집에 더 이상 불이 켜지지 않습니다.
감나무에 감이 달려 있어도 따는 사람이 없습니다.
텃밭에 채소가 자라고 있어도 돌볼 사람이 없습니다.
명절이 끝나면 시골 마을은 다시 조용해집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맞는 추석은 기쁜 명절인 동시에 사람이 줄어드는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몰랐습니다
어릴 때는 명절 음식이 저절로 생기는 줄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고,
아버지가 차례와 성묘를 준비하고,
어른들이 손님을 맞았습니다.
아이들은 먹고 놀면 됐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서 풍경이 달라집니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서서 음식을 만들던 사람이 이제는 오래 서 있기가 힘듭니다.
마당을 쓸고 집을 청소하는 일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성묘를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 됩니다.
그제야 조금씩 알게 됩니다.
명절이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그동안 누군가가 그 힘든 일을 대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자식이 부모에게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내가 할게.”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꽤 많은 시간이 들어 있습니다.
추석에 고향에 가면 집보다 부모님을 먼저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고향에 도착하면 집이 먼저 보였습니다.
마당도 보고, 텃밭도 보고, 감나무도 보고, 동네도 돌아다녔습니다.
지금은 부모님의 얼굴부터 봅니다.
걸음이 예전보다 느려졌는지,
식사는 잘하시는지,
약은 제대로 챙겨 드시는지,
혼자 지내는 데 불편한 것은 없는지.
그리고 집을 둘러봅니다.
보일러는 괜찮은지,
수도에서 물이 새지는 않는지,
지붕에는 문제가 없는지,
마당 배수로가 막히지는 않았는지.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것이 나이가 든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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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부모님 댁에서 이것만은 한번 살펴보세요
명절 준비를 거창하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김에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생활의 불편함을 한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 살펴볼 곳 | 확인할 내용 |
|---|---|
| 부모님 건강 | 병원/약 복용, 거동, 식사, 혼자 생활하는 데 불편한 점 |
| 난방 | 보일러 작동 상태, 겨울철 난방 준비 |
| 수도/전기 | 누수, 수도 계량기, 차단기 등 이상 여부 |
| 집 | 지붕/처마 누수, 곰팡이, 창문과 문 상태 |
| 마당 | 배수로, 잡초, 외부에서 들어오는 벌레나 동물 |
| 텃밭 | 부모님 혼자 계속 관리할 수 있는 규모인지 |
전화로는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직접 가서 하루를 같이 보내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차례를 어떻게 지내느냐보다 중요한 것도 있습니다
요즘은 추석을 보내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차례를 간소하게 지내는 집도 있고,
가족끼리 식사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집도 있습니다.
성묘를 따로 다녀오기도 하고, 가족의 일정에 맞춰 명절을 보내기도 합니다.
명절의 모습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 왔습니다. 전통적인 추석 역시 농사와 계절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세시풍속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추석을 보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그날 우리가 누구와 함께 있는가
일지도 모르니까요.
성묘를 가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살아 있을 때는 전화를 미루기도 합니다.
“나중에 하지 뭐.”
“이번 주말에 하지 뭐.”
그런데 돌아가신 분에게는 다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성묘를 가면 이상하게 할 말이 많아집니다.
잘 지냈다고,
아이들이 많이 컸다고,
요즘은 이런 일이 있었다고,
그때는 미안했다고.
대답은 없습니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를 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습니다.
성묘는 돌아가신 분을 만나러 가는 일이면서 동시에 남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사라진 것은 음식 냄새만이 아닙니다
어릴 때 추석 전날이면 동네 전체가 바빴습니다.
집집마다 전을 부쳤고,
마당에는 사람들이 오갔고,
아이들은 한복을 입고 뛰어다녔습니다.
밤에는 작은 불꽃놀이가 펼쳐졌습니다.
지금은 그런 장면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라진 것은 불꽃놀이 하나가 아닙니다.
그 불꽃놀이를 함께 보던 아이들이 줄었습니다.
전 냄새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냄새를 만들던 사람들이 줄었습니다.
한복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명절에 동네 아이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일이 줄었습니다.
그래서 오래전 추석을 생각하면 음식이나 놀이보다 사람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추석에는 보름달을 한번 오래 바라보고 싶습니다
2026년 한가위 보름달은 서울 기준 9월 25일 오후 5시 34분에 뜹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오면 달은 더 선명해질 것입니다.
예전 사람들도 같은 달을 바라봤을 겁니다.
농사를 짓고,
수확을 준비하고,
가족을 기다리고,
먼 길을 떠난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요.
수백 년이 지나도 달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을 바라보는 사람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추석은 돌아가는 날이면서 돌아보는 날입니다
어릴 때는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 추석이었습니다.
조금 자라서는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것이 추석이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부모님과 함께 성묘를 가고,
어느 순간에는 부모님 대신 부모님의 묘를 찾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돌아갈 고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추석은 같은 날이지만 매년 조금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어릴 때는 먹을 것이 먼저 보이고,
젊을 때는 만날 사람이 먼저 보이고,
나이가 들면 떠나간 사람이 보입니다.
그러면서 지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의 소중함도 조금씩 알게 됩니다.
오래 머물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요즘은 며칠씩 고향에 머물기 어려운 사람도 많습니다.
하루 다녀오는 사람도 있고,
전화로 인사를 대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있었느냐보다 어떻게 만났느냐일 테니까요.
밥 한 끼를 같이 먹고,
손을 한번 잡아주고,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집에 불편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고,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더 뒤돌아보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추석은 며칠이면 끝납니다
명절 음식은 치워지고,
차례상도 내려가고,
사람들은 다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며칠 동안 북적이던 시골집도 다시 조용해집니다.
마당에는 바람이 불고,
텃밭에는 가을이 깊어갑니다.
하지만 머릿속에 장면은 남습니다.
추석 전날 골목에 퍼지던 전 냄새.
어두운 마을을 밝혔던 작은 불꽃.
한복을 입고 뛰어다니던 아이들.
마당에 놓여 있던 수많은 신발.
그리고 그때 함께 있었던 사람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얼굴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추석은 단순한 과거가 아닙니다.
내가 어떤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기억입니다.
2026년 추석, 우리가 정말 만나야 할 사람
추석에는 많은 것을 준비합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선물을 준비하고,
차례를 준비하고,
고향에 갈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준비를 잊을 때가 있습니다.
사람을 만날 준비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부모님에게 잔소리부터 하기보다
“잘 지내셨어요?”
한마디 먼저 묻는 것.
형제에게 오래된 섭섭함을 꺼내기보다
“그래도 얼굴 보니까 좋다.”
라고 말하는 것.
아이들에게 공부 이야기를 하기보다
“요즘 재미있는 일은 뭐야?”
라고 물어보는 것.
그렇게 보내는 추석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달은 매년 다시 뜹니다
추석이 되면 달을 봅니다.
올해도 달은 뜰 것입니다.
내년에도 뜨고,
그다음 해에도 뜰 것입니다.
하지만 그 달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까지 매년 같은 것은 아닙니다.
어릴 때 함께했던 할머니가 없을 수도 있고,
늘 명절 음식을 준비하시던 어머니가 이제는 식탁에 앉아 계실 수도 있습니다.
마당을 쓸던 아버지가 어느 순간 의자에 앉아 계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자리에 비어 있는 의자만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추석에는 조금 천천히 사람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음식보다 사람을 먼저 보고,
해야 할 일보다 함께 있는 시간을 조금 더 보고,
고향에 도착했다는 사실보다
내가 누구에게 돌아왔는지를 생각하면서요.
추석은 결국 과거로 돌아가는 날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다시 바라보는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고향에 가신다면 골목을 한번 천천히 걸어보세요.
어릴 때 보았던 그 집이 아직 있는지,
마당의 나무는 얼마나 자랐는지,
예전처럼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그리고 밤이 되면 보름달을 한번 바라보세요.
달은 예전과 똑같이 떠 있을 겁니다.
달을 바라보는 우리의 삶만 달라져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직 곁에 있는 사람에게,
평소에는 쑥스러워서 하지 못했던 말을 한번 해보면 좋겠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다음 추석에도 같이 봐요.”
그 말이 어쩌면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추석 선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달바람비 한줄평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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