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술 담글 때 알아두면 좋은 몇 가지
약초술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만큼 경험이 깊진 않지만, 초짜로서 부딪히며 느낀 점을 정리해 봅니다. 잘 아시는 분들께는 두서없는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처음 술을 담가보려는 분들께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약초술을 담그는 목적부터 분명히 하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왜 담그는가'입니다. 단순히 재미 삼아 시작하는 건 괜찮지만, 병을 다스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목적에 맞는 약초를 신중히 골라야 합니다. 몸에 맞지 않는 약초를 함부로 쓰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지요. 반대로 단순한 보양이나 술맛을 위한 것이라면, 굳이 희귀하거나 값비싼 약재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맛과 향을 우선으로 두고 접근하는 편이 좋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몸이 아파서라면 냄새 고약한 약술도 감수해야겠지만, 즐기려는 거라면 즐거운 향기와 맛이 우선이겠지요.
2. 담그기 전 ‘소량 실험’은 필수
처음 담글 때는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예전에 향만 맡고 좋을 것 같아 많이 담갔다가, 막상 익힌 후 입에 맞지 않아 몽땅 버린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는 180ml 정도 되는 작은 병에 시험 삼아 담가보고, 괜찮다 싶으면 양을 늘려갑니다. 예를 들면, 산죽은 향이 시원하고 깔끔해서 다음에는 넉넉히 담을 생각입니다. 반면 탱자는 향이 강한 데다 뒷맛이 호불호가 갈려 소량으로 만족했습니다. 각자 입맛이 다르니, 본인 기준으로 테스트해보는 게 가장 확실합니다.
3. 약초는 굳이 돈 주고 사지 않아도 된다
시골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풀과 나무에도 좋은 약재가 숨어 있습니다. 은행잎, 생강나무, 찔레, 싸리나무, 조선오리나무 등, 손만 뻗으면 구할 수 있는 것들이죠. 비싼 약초보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더 부담 없이 자주 담글 수 있어 좋습니다. 단, 채취 시기는 잘 골라야 합니다. 꽃은 피기 직전, 과일은 완숙 직전, 잎은 잘 말려서 사용하는 것이 기본입니다.ib612.com
4. 말리고 씻고, 기본을 무시하지 말자
약재는 무조건 그늘에 말려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봄·여름철엔 자칫 곰팡이가 슬기 쉽습니다. 저는 햇볕 아래 짧은 시간 바짝 말리거나, 선풍기 바람으로 수분을 날리는 방식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씻은 후엔 반드시 물기를 완전히 말려야 합니다. 물기가 남으면 숙성 중에 부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가능하면 담그기 하루 전에 약재를 준비해, 햇볕에 가볍게 말려두는 게 좋습니다.
5. 소주의 선택, 도수가 성패를 가른다
담금용 소주는 도수가 높을수록 안전합니다. 일반 소주(25˚)도 가능하지만, 약초에 수분이 많을 경우에는 35˚ 이상의 소주를 쓰는 게 변질을 막는 데 유리합니다. 저는 약초의 수분량에 따라 달리 쓰고 있습니다. 뿌리나 나무껍질류는 25도 정도로도 충분하지만, 열매나 생잎은 도수가 낮으면 발효보다는 부패가 걱정되더군요.
6. 실험정신은 약술의 맛을 살린다
우리 주변의 나무들도 훌륭한 실험 대상입니다. 싸리나무, 산수유, 뽕나무, 갈대뿌리, 밤나무 등은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소량으로 담가보시고, 맛과 향을 체크한 후 본격적으로 담그는 게 안전합니다. 언젠가 뽕나무 잎을 담갔다가 쌉쌀한 향에 감동해, 그해 가을엔 뽕잎만 따서 열 병 넘게 담근 적도 있습니다.
7. 보관과 복용, 잊지 마세요
숙성은 서늘하고 바람 통하는 곳에서 해야 합니다. 병엔 날짜와 재료, 기대되는 효능을 메모해 두면 관리가 쉬워집니다. 복용은 식후 소주잔으로 반 잔, 많아도 한 잔이면 충분합니다. 약술도 결국 ‘약’입니다. 몸에 좋다고 한꺼번에 들이키다간 도리어 해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약초의 성분이 취기를 억제하는 경우(예: 오가피)에는 음주량을 더 조심해야 합니다. 술이 약처럼 작용하니, 복용도 처방처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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